Kim Hong Joo (b. 1945 -)
김홍주 작가의 작품 세계는 색과 선의 조화, 그리고 재료의 물성을 적극적으로 탐구하며, 자유로운 표현성을 강조한다. 그는 색채에 의도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수많은 색층을 반복하여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색이 단순한 조형 요소를 넘어서는 독자적인 존재감을 획득하도록 한다. 또한, 세필로 얇은 선을 겹겹이 쌓아가는 방식은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긴 호흡을 요구하며, 작품에 깊이 있는 밀도를 부여한다. 작가는 캔버스, 한지, 비단 등 다양한 재료의 표면 위에 선을 그려 넣음으로써 작품의 배경을 단순한 지지체가 아닌 구성의 일부로 재해석하며, 재료 특유의 물리적 속성을 작품에 반영하여 시각적, 촉각적 차원의 다층적인 감각을 유도한다. 그의 작품은 특정한 주제나 서사에 구속되지 않고, 관람자가 각자의 시각적 경험과 해석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유동적으로 만들어가기를 지향하는 열린 예술 세계를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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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의 흥얼거림: 색이 빛깔 될 때
우리 주변의 색은 ‘인디언 옐로’, ‘코발트블루’ 등의 이름으로 규정되거나 R71, G200, B62처럼 수치를 지닌 RGB 색상표로 정의되기도 한다. 언뜻 보면 색의 종류에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색은 질감, 밀도 등에 의해 자유자재로 변하는 무궁무진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캔버스 앞의 작가는 색과 색을 섞으며 자신도 몰랐던 새로움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레드’와 ‘이 레드’ 중간 어딘가’처럼 기존의 문법으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무언가를 전달하기도 한다. 또한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니지만 어딘가 쓸쓸하고 공허한 새벽하늘’처럼 말로 길게 설명해도 쉽게 와닿지 않는 풍경을 색 하나로 단번에 표현해 내기도 한다. 한마디로, 색은 무한한 세계를 담고 있다.
색이 빛깔 되는 순간… ‘Humming of Colors’ 개막
따스한 봄날, 작품 속 아름다운 색이 빛깔이 돼 전시장에서 공명한다. 마치 우주를 담은 듯한 소품부터 흰 벽면뿐 아니라 주변 공간을 장악하는 비정형 작품까지 다양하다. 감각적이고, 신비로운 미술적 순간이 지속된다.
1970년대부터 작업을 이어나가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김홍주, 이란 출신으로 현재 네덜란드 헤이그에 거주하며 금속 패널을 지지체로 물의 움직임을 색으로 담아내는 누르, 일상적 소재에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시각을 담아내는 체플라누, 비정형으로 잘라낸 나무를 사용해 작품을 다각도로 연출하며 시각과 인지 사이의 간극을 탐구하는 이영림까지 출품작을 통해 작가가 가진 고유의 개성과 시각을 한 공간에 쏟아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