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 Sung-Pil (b. 1972 -)
채성필은 흙과 천연 재료를 매개로 자연의 근원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창출한다. 그는 진주에서 얻은 은분을 여러 차례 캔버스에 칠하고, 정제된 진흙과 먹을 자연스럽게 화면에 뿌린 후, 물길의 흐름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최소한의 개입만을 허용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흔적을 화면에 남기며, 음양오행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대지와 물의 원초적 에너지를 시각화한다. 채성필의 작품은 고향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담아 흙의 질료성을 탐구하며, 자연의 본질적 생명력과 역동성을 독창적인 형식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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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근원, ‘채성필’의 화판(畫板)에서 태동하다
변화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근원에 있다. 채성필(52)의 작업 세계에서 모든 것이 흙으로 귀결되는 이유다. 흙, 그것은 자연 그 자체의 본질이자 원형으로서 자연과 가장 가까운 형태다. 모든 생명은 흙에서 잉태되며 종국에는 흙으로 돌아간다. 만물의 중심에 있는 흙은 자연의 섭리를 간직하고 있다.
작가에게 자연은 늘 간구하는 열망의 주제였다. 채성필은 음양의 조화와 오행의 상극상생으로써 빚어졌다고 하는 태초의 자연, 이 현묘한 세계를 화판(畫板)에 구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실마리는 흙에 있음을 깨달았다. 흙은 지난 수많은 세월과 역사를 관통해 온 현장이자 인간의 터전이며, 지리 문화적 특성을 보임과 동시에 그것을 초월하는 본질적 공통성 또한 아우른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또한 고국과 가족을 향한 볼 수 없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가시화하고 화면에 담아낼 수 있게 해주는 물질이기도 하다. 그가 고향의 흙을 재료로 사용하는 배경이다. 흙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그릇이다.
채성필이 바라본 ‘자연의 초상’… 개인전 ‘원시향’ 개막
전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 일렁이는 푸른 바다와 너른 황금빛 들판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겨울에도 자연의 경쾌함과 아름다움을 생생히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이다.
채성필 개인전 ‘Origine: 원시향’이 11일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ACS)에서 개막했다. ‘물의 초상’, ‘대지의 몽상’, ‘흙과 달’ 등 청색, 녹색, 황금색 등 다채로운 빛깔의 대표 연작 20여 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 타이틀 ‘원시향’은 작가의 대표 연작과 동명으로, 근원의 향기를 뜻하는 ‘원시향(原始香)’과 멀리서 바라보는 고향이라는 의미의 ‘원시향(遠視鄕)’을 동시에 함의한다.